초일 산입이란 무엇인가 — 민법 제157조와 기간 계산
“계약일로부터 1년”이 언제 끝나는지를 두고 다투는 이유. 민법의 기간 계산 원칙과 실무 관행의 차이를 정리했어요.
2026-09-09에 마지막으로 고쳤어요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며칠이에요?”
30이라는 사람과 31이라는 사람이 회의실에서 갈려요. 둘 다 맞아요. 세는 대상이 달라서요. 이 차이를 법률 용어로 초일 산입이라고 부르고, 계약서에서 하루가 갈리는 지점이 대개 여기예요.
간격을 세느냐, 칸을 세느냐
두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른 걸 세요.
- 간격(interval) — 두 시점 사이에 흐른 시간. 1월 1일에서 1월 31일까지는 30일이 흘렀어요. 이자 계산, 숙박 일수(박), 배송 소요일이 여기 들어가요.
- 칸(count) — 달력에 있는 날짜의 개수. 1일부터 31일까지 31개의 날짜가 있어요. 근무일수, 입원일수, 여행 일수가 여기 들어가요.
“2박 3일”이라는 말이 이 둘을 한 문장에 담고 있어요. 밤은 간격이라 2, 날짜는 칸이라 3이에요. 같은 여행을 두 방식으로 센 거지 모순이 아니에요.
민법 제157조
민법은 기본값을 정해 뒀어요.
제157조(기간의 기산점)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그 기간이 오전 영시로부터 시작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원칙은 첫날을 안 세는 것이에요. 이유는 실용적이에요. 계약을 오후 3시에 했다면 그날은 이미 9시간이 지나간 상태예요. 그 반 토막 난 하루를 온전한 하루로 세는 건 부자연스럽죠. 그래서 다음 날 0시부터 세기 시작해요.
단서가 말하는 예외는 기간이 처음부터 0시에 시작하는 경우예요. “2026년 1월 1일부터”처럼 날짜만 정하면 그날 0시부터 시작하는 거라 첫날을 세요. 하루가 온전히 남아 있으니 안 셀 이유가 없어요.
기간의 끝은 어디일까요
민법 제159조는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기간말일의 종료로 기간이 만료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만료일의 24시에 기간이 끝나요.
그리고 제161조는 기간의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그다음 날에 끝난다고 해요. 이 규정 때문에 서류 제출 기한이 일요일이면 월요일까지 낼 수 있어요. 다만 이건 기간이 끝나는 날에 관한 규정이고, 기간 중간에 낀 주말·공휴일은 그냥 세어져요.
실무 관행은 다를 때가 많아요
법의 원칙은 첫날을 안 세는 거지만, 실제 계약서에서는 첫날을 세는 경우가 흔해요. 대표적인 게 계약 기간이에요.
| 표현 | 실무에서는 | 민법 원칙대로면 |
|---|---|---|
| 2026-01-01부터 1년 | 2026-12-31까지 | 2027-01-01까지 |
| 2026-03-15부터 6개월 | 2026-09-14까지 | 2026-09-15까지 |
|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 계약일 다음 날부터 30일 | 같아요 |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1월 1일부터 1년”이라고 쓸 때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한 해라서요. 만료일이 이듬해 1월 1일이 되면 하루가 겹치는 느낌이 들어서 어색해요.
이 어긋남 때문에 분쟁이 생겨요. 갱신 통지 기한, 위약금 발생 시점, 임대차 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처럼 하루가 결과를 뒤집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래요.
제일 확실한 해결책
계약서에 만료일을 날짜로 적으세요. “2026년 1월 1일부터 1년”이 아니라 “2026년 1월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라고 쓰면 해석할 여지가 사라져요.
이미 기간으로만 적힌 계약을 읽어야 한다면 순서는 이래요.
- 계약서에 초일 산입에 관한 특약이 있는지 봐요. 있으면 그게 우선이에요.
- 그 분야의 개별 법령을 봐요. 근로기준법의 계속근로기간처럼 따로 기준을 둔 경우가 있어요.
- 당사자끼리의 이전 관행을 봐요. 갱신 계약이라면 전에 어떻게 했는지가 근거가 돼요.
- 그래도 불분명하면 민법 제157조의 원칙대로 첫날을 안 세는 걸로 봐요.
상황별로 정리하면
| 상황 | 첫날 세기 | 비고 |
|---|---|---|
| 호텔 숙박(박) | 안 세요 | 간격을 세는 대표 사례 |
| 여행 일수 | 세요 | 2박 3일의 “3일” |
| 근속 기간 | 세요 | 근로기준법상 입사일 포함 |
| 연차 사용 기한 | 세요 | 생긴 날부터 1년 |
| 공고·입찰 기간 | 안 세요 | 민법 원칙 |
| 관공서 처리기한 | 안 세요 | 접수 다음 영업일부터 |
| 연체 일수 | 보통 안 세요 | 약관을 확인해 주세요 |
| 입원 일수 | 세요 | 보험 약관마다 달라요 |
| 계약 기간 | 실무는 세요 | 계약서 문구가 우선 |
기념일은 또 다른 규칙이에요
한국식 기념일 계산은 위 두 방식 중 “칸을 세는” 쪽이에요. 만난 날을 1일째로 세니까 100일은 시작일 + 99일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의 프로그램과 서양식 계산기는 간격을 세요. 그래서 같은 커플이 서로 다른 앱을 쓰면 100일이 하루 차이로 갈려요. 어느 쪽이 틀린 게 아니라 세는 기준이 다른 거예요.
날짜 쓱삭은 이 차이를 드러내 놓고 다뤄요. 날짜 계산기는 간격 기준으로, 기념일 계산기는 한국식 칸 기준으로 계산하고, 양쪽 다 체크박스로 기준을 바꿀 수 있어요.
정리하면
- “며칠이에요?”에 답이 둘인 건 간격과 칸을 각각 세서 그래요.
- 민법의 기본값은 첫날 안 세기지만, 0시부터 시작하는 기간과 특약은 예외예요.
- 계약 기간은 실무에서 첫날을 세는 경우가 많아서 법 원칙과 하루 차이가 나요.
- 제일 안전한 방법은 만료일을 날짜로 적는 것이에요.
- 기간의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다음 날 끝나요(민법 제161조).
날짜 차이 계산기에서는 첫날을 세느냐에 따른 두 값을 같이 보여드리니까 계약서 문구와 맞춰 보기 편해요.